통사
대한민국 석유화학산업과 대한유화 50년
석유화학산업의 개념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가 착용하고 있거나 소지하고 있는 물품의 약 70%가 석유화학제품이라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옷은 물론 안경, 구두, 가방, 지갑, 벨트, 손수건, 핸드폰, 신용카드 등이 모두 석유화학제품이기 때문이다. 가정에 있는 TV나 컴퓨터 등의 기기들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현대인의 생활을 지탱하는 거의 모든 제품이 석유화학제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 문명사회는 석유화학산업의 발전에 따른 결과라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석유화학산업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산업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석유화학산업은 석유나 천연가스 등을 원료로 하여, 연료 · 윤활유 이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합성수지, 합성섬유, 합성고무, 기타 유기화학약품 등의 공업원료를 생산하는 산업을 말한다. 즉, 원유를 정제하여 생산한 나프타(Naphtha)와 에탄(Ethane), 천연가스를 원료로 올레핀계(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와 방향족계(벤젠, 톨루엔 등)의 기초유분을 생산하고, 이들 기초유분을 원료로 합성수지(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폴리스틸렌 등), 합섬원료(TPA, AN, 카프로락탐), 합성고무(SBR, BR 등), 기타제품(에폭시 등) 등의 유도품(誘導品)을 생산하는 분야가 모두 석유화학산업에 해당한다.
넓은 의미의 석유화학산업은 이들 유도품을 원료로 하여 제조되는 각종 플라스틱, 고무제품, 화학섬유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통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최종제품을 생산하는 분야는 그 제품의 성격에 따라 각각 별도의 제조업으로 분류되므로, 일반적으로 지칭하는 석유화학산업은 기초유분과 유도품 등 기초화학제품 생산 분야만을 지칭한다.
석유화학산업에서의 생산품들은 전방산업인 섬유·타이어·자동차·전자·정밀화학·신발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기초원료를 공급된다. 이 때문에 석유화학산업은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기반이 되는 소재산업으로서 국가기간산업으로 다루어진다.
석유화학산업의 기초유분 생산공정은 원료를 기준으로 하여 크게 3가지로 구분한다. 석유를 사용하는 NCC(Naphtha Cracking Center)와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ECC(Ethane Cracking Center), 그리고 석탄을 사용하는 CTO(Coal to Olefin)가 그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유럽 등 대다수 나라에서는 기초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데 주로 나프타를 이용한다. 나프타를 이용하는 NCC공정은 나프타에 열을 가해 탄화수소로 분해한 후 냉각, 압축, 분리 등의 과정을 거쳐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의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공정을 ‘나프타 분해공정’이라고 부른다. 석유화학산업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NCC공정을 통해 생산된 석유화학제품의 가격은 국제유가의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 유가가 낮을수록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산업은 높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고, 유가가 상승하면 그 반대가 된다. NCC공정은 나프타를 주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제조원가는 상대적으로 높지만,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그리고 BTX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석유화학산업은 대체로 나프타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석유자원의 점진적인 고갈과 고유가의 영향으로 원유를 대체하는 원료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셰일가스의 생산이 확대되고, 환경규제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에서는 석탄에 기반을 둔 화학제품 생산기술이 발전하면서 주로 석유를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산업의 구도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은 전형적인 장치산업(裝置産業)으로서 완전히 자동화되어 운영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기존의 제품을 대체하거나 발전시킨 신개념의 각종 합성수지가 개발되는 등 파급효과가 큰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 대표적인 기술혁신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