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사
온산 나프타분해공장 건설
최적 조건의 공장부지 확보
1987년 5월 나프타분해 사업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대한유화는 나프타분해공장 건설에 필요한 소요자금을 총 2,300억 원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기초 설계에서부터 상세 설계, 기자재 조달, 현장 설치, 기술자 파견 및 연수교육, 부대설비 건설 및 시운전 등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먼저, 울산공장의 기초유분 수급상황과 향후 시장의 수급전망을 예측하여, 새로 건설할 나프타분해공장의 규모를 에틸렌 기준 연산 25만 톤으로 확정했다. 당시 대한유화는 HDPE 연산 15만 톤, PP 연산 35만 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1989년 3월 12만 톤 규모의 제7공장을 준공하면 HDPE 27만 톤, PP 35만 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될 예정이었다. 이 같은 다운스트림 분야의 생산능력에 맞춰 나프타분해공장의 규모를 연산 25만 톤 규모로 정한 것이다.
대한유화는 나프타분해공장을 건설해 에틸렌은 자체소비하고 잉여분이 생길 경우에는 시장상황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 또 다른 주요 제품인 프로필렌은 생산량 전부를 울산공장의 PP 제조공정에서 자체소비하고, C4유분과 열분해가솔린은 수요업체에 공급하기로 했다.
공장부지는 당초 계획한 대로 경남 울주군 온산면 학남리 61번지(지금의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산읍 온산로 134)에 위치한 온산공업단지 내 미조성 지역 18만 5,400㎡(5만 6,084평)로 정했다. 이 부지는 이정호 회장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직접 발로 뛰며 현장을 확인한 후 결정했다.
그런데, 이 부지는 공업지구로 지정이 되어 있었으나 아직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이어서 서둘러 부지를 확보해야 했다. 대한유화는 수자원개발공사가 개발권을 가지고 있는 이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철저한 보안 상태에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쌍용정유 등 타사보다 먼저 접수해 경쟁입찰에서 낙찰을 받았다.
이 부지는 이미 가동 중인 정유공장(쌍용정유, 지금의 S-Oil)과 인접해 있어 필요 시 원료인 나프타를 조달하는 데 편리하고, 제1종 항구인 온산항 내에 3만 톤급 선박 2척이 동시 접안할 수 있는 2선석의 항만시설 건설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또 기존 울산공장과 직선으로 4km 정도로 인접해 있어, 이곳에서 생산한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울산공장으로 수송하기에도 용이했다. 관로를 통하면 수송도 편리하고 수송비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온산공업단지에는 상당수 기업들이 입주해 있어 전력, 공업용수 등 대부분의 유틸리티 시설이 갖춰져 있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대한유화는 송유관로 및 신기단지 개발사업계획 승인, 신기단지 부지조성 용지보상 및 이주대책 위수탁 협약 체결, 공장부지 조성협약 체결 등 일련의 행정절차를 거쳐 부지 조성작업을 시작했다.
나프타분해공장 기술 도입
나프타분해공장을 건설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공장 건설 기술이다. 대한유화는 나프타분해공장 건설을 구상하던 초기부터 기술 확보가 최우선이라 판단하고 기술 확보를 위한 방안을 강구했다.
다각적인 검토 결과 대한유화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채택되고 있는 루머스공법(Lummus Process)을 채택하기로 했다. 당시 국내에 도입된 대표적인 나프타분해 기술은 루머스공법과 켈로그(Kellog)공법 두 가지가 있었는데, 대체로 루머스공법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었다. 신·증설에 나선 기업들 중에는 대한석유공사만이 켈로그공업을 채택했을 뿐 럭키화학, 대림산업, 호남석유화학 등 대부분의 기업이 루머스공업을 채택하고 있었다.
루머스공법은 타 기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율이 높고 에너지절감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의 나프타분해공장보다 열효율이 높은 가스터빈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폐열회수율을 70~80%까지 높일 수 있어 그만큼 에너지효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1987년 9월 22일 대한유화는 일본의 도요엔지니어링 및 미국의 루머스 크레스트(Lummus Crest)사와 온산 나프타분해공장의 라이센스 및 기초설계를 위한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석유화학 설비를 운전해 온 경험과 4차례에 걸친 대규모 증설 경험의 바탕 위에 루머스 크레스트의 기술을 제공 받아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을 축적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또 당시 국내에는 나프타분해공장 건설공정 전반에 대한 경험과 기술을 체계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기술용역 제공업체가 없었으므로, 나프타분해공장 건설경험이 풍부하면서 최신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의 도요엔지니어링으로부터 기술용역을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울산공장 건설 시에 그러했던 것처럼 국내 기술용역 제공업체가 시행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국산화율을 높이기로 했다.
온산 나프타분해공장 준공
대한유화는 공장 전체를 나프타분해시설, 유틸리티 설비, 저장탱크, 기타 지원시설 등으로 대별해 배치도를 마련하고, 1989년 1월 4일 착공식과 함께 본격적인 건설공사에 착수했다.
건설공사는 당시 여러 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석유화학공장 건설에 나서는 상황이어서 각종 건설장비와 기자재, 작업인력을 확보하느라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유화는 공사 진행에 사력을 다했다. 그리하여 1990년 4월에는 에틸렌 정제탑이 설치되었고, 1991년 5월 15일에는 송전선로를 통한 수전도 이루어졌다.
시공과정에서 주요 공정 시설은 최신 기자재와 기술을 적용했다. 나프타분해공장의 에너지효율을 제고하고 원가를 절감하는 데 필수적인 가스터빈 발전기(GTG)의 경우 국내기술이 전무했으므로, 1991년 7월 1일 미국의 쿠퍼 에너지(Cooper Energy International Inc.)사와 가스터빈 발전기의 설치·조립 및 시운전 감리에 대한 기술용역 계약을 체결해 도입했다.
16MW 용량의 이 발전기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고압 메탄가스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이다. 가스터빈에서 배기되는 고온의 폐열을 분해로의 연소공기로 재활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고효율을 자랑한다. 대한유화는 이 가스터빈 발전기를 가동하여 나프타분해공장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했다. 또 1994년 6월 1일부터는 잉여전력을 한국전력에 판매해 부대수익을 창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선 1991년 2월 27일에는 루머스 크레스트사와 DPG-I 공정기술 도입계약을 체결하고 열분해가솔린 수첨공정을 설치했다. 주제품인 에틸렌 및 프로필렌은 전량 자체소비하되 부산물인 분해가솔린은 수요업체에 판매하여 부대수익을 창출하기로 하고, 각 수요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분해가솔린에 수소를 첨가하는 수첨공정 기술을 도입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각종 환경오염 방지시설을 대거 설치했다.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와 폐가스 등 오염물질의 배출을 방지하고 배출되는 물질은 법적 기준치 이하로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다양하게 설치해 친환경적인 공장이 되도록 한 것이다.
1991년 9월 30일, 대한유화는 마침내 모든 시공을 마치고 시운전에 돌입했다. 그리고 10월 3일 처음으로 에틸렌을 초도 생산한 데 이어, 10월 4일에는 프로필렌의 생산에도 성공했다. 대한유화는 착공 3년여 만인 1991년 11월 2일 온산 나프타분해공장 준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대한유화는 이 공장을 ‘온산공장’이라 부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