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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사

법정관리체제 조기 해제
프롤로그 제1장 대한유화공업주식회사 창립 1970 1975 제2장 PP/HDPE 전문기업으로의 비약적 성장 1976 1988 제3장 위기극복 및 지속가능경영 기반 구축 1989 1998 제4장 사업의 다각화와 글로벌화 1999 2009 제5장 ‘종합석유화학회사’를 향한 제2의 도약 2010 2020 에필로그

법정관리체제 조기 해제

  • 전사적 자구노력으로 흑자기조 회복

    1990년대 초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내몰렸던 대한유화는 기업회생을 위해 전 임직원이 합심하여 생산과 영업, 연구개발 등 경영 전 부문에서 기업체질 개선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1994년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에는 인원재배치를 통해 업무생산성을 높이고, 영업과 기술인력을 대폭 보강했으며, 불요불급한 부동산은 매각하고 소모성 경비는 최대한 절감하는 비상경영을 펼쳤다. 또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제품을 출시하여 대한유화만의 시장을 개척했다. 노동조합도 스스로 임금동결을 선언하고 생산성 향상에 매진했다. 그야말로 기업회생에 전사적인 힘과 지혜를 모은 것이다.
    그 결과 대한유화는 법정관리 중에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이루어내며 경영정상화에 성큼 다가섰다. 법정관리 첫 해인 1994년에는 회사정리절차 개시 이전에 발생한 누적적자의 영향으로 98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듬해부터는 흑자로 반전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1995년 514억 원, 1996년 335억 원, 1997년 214억 원으로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매출도 연평균 5% 이상 신장하여 1997년에는 5,000억 원에 육박하는 4,946억 원을 기록했다. 법정관리를 받는 기업들 중에서는 보기 어려운 경이적인 실적이었다.
    실적개선에 고무된 대한유화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생산라인을 100% 가동하며 매출실적을 높여나갔다. 이와 함께 흑자기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신제품 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시기에 대한유화는 높은 강도와 내열성이 우수한 HCPP와 터폴리머를 개발해 출시하였고, 해외시장도 동남아에서 남미와 유럽 등지로 넓혀 나갔다. 덕분에 대한유화는 IMF 외환위기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경영위기를 겪던 1998년에도 122억 원의 흑자를 시현하는 개가를 올렸다.

  • 법정관리 해제 및 이정호 회장 경영복귀

    법정관리 개시 이후 놀라운 경영성과를 실현한 대한유화는 법정관리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영을 할 때가 되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법원으로부터 부여받은 법정관리 시한은 2004년이지만, 이미 충분히 경쟁력을 회복해 자생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한유화는 1998년 7월 15일 회사정리절차 종결을 법원에 신청했다. 법원은 이 신청을 받아들여 7월 23일 회사정리절차 종결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한유화는 정해진 시한보다 무려 6년이나 앞당겨 법정관리에서 조기 해제되었다. 이는 회사정리절차를 겪었거나 겪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최단기간 기록이었다.
    법원은 결정문을 통해 “정리회사는 회사의 재정 및 경영이 정상화되었을 뿐 아니라, 현재까지의 정리계획을 충실하게 수행하였고, 장래에도 정리계획의 수행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된다.”고 밝히며 회사정리절차 종결을 결정했다.
    법정관리에서 해제된 대한유화는 1998년 8월 14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정호 전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동시에 정창순 전 한일리스 회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하고, 이순규 상무를 대표이사 부사장에, 허호기 전 한일은행 상무를 감사로 선임하여 최고 경영진을 재정비했다.
    이에 따라 이정호 회장은 법정관리 개시와 함께 회장직에서 물러난 지 4년여 만에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경영에 복귀하게 되었다.
    법정관리 당시의 CEO가 법정관리 해제 이후 다시 경영에 복귀하는 것은 재계에서 보기 드문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정호 회장이 재선임된 것은, 법정관리 개시 당시 회사가 처한 자금난의 원인이 이정호 회장 개인의 과실이나 부실경영 때문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보유지분(42.9%)을 그대로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재계에서 유행처럼 번지던 이른바 문어발식 확장 전략에 휩쓸리지 않고 오로지 석유화학 분야에만 집중하며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의 발전에 기여했고, 창립 이후 정도경영을 기업정신의 하나로 삼아 기업윤리에 충실한 경영을 해왔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재계와 언론 등에서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이 불과 5년도 안 돼 경영을 정상화하여 법정관리에서 해제된 것도 처음이지만, 원 소유주가 법정관리 해제 후 경영에 복귀하는 것도 전무후무한 일이어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매일경제)며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로써 대한유화는 이정호 회장과 이순규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분위기를 재정비하여 법정관리 해제 이후 도약의 시대를 열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동아일보(199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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