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화’ 지향의 First Mover 전략 추진

대한유화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R&D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유화는 전체 임직원의 10% 가까운 연구인력을 운용하며, 연구개발을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는 경영을 전개해 왔기 때문이다.
R&D에 대한 대한유화의 열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기술연구소이다. 대한유화는 법정관리 중이던 1994년 4월에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1996년에는 가공연구실을 새로 마련하는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R&D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1998년에는 조직을 확대하고 연구인력을 확충하여 대형 연구소로서의 면모도 갖추었다.
R&D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에 대한유화는 PP/HDPE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NCC를 운영하는 석유화학업체들 가운데 대한유화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큼의 경쟁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이 때문에 업계나 언론에서는 대한유화를 가리켜 ‘아주 특이한 회사’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R&D활동 초기에는 1977년에 국내 최초로 HDPE용 KPC 촉매를 개발하는 등 주로 촉매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촉매 기술이 축적되면서 HDPE 중합용 저활성 촉매에서 고활성 촉매로 전환하여 대한유화만의 차별화된 촉매 기술력을 굳건히 했다. 1990년대에는 고기능성의 고부가가치 특화제품 개발에 주력하여 잇달아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연구성과가 사업화되어 매출신장에 기여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대한유화는 R&D 정책의 목표를 ‘사업화를 위한 기술’로 설정했다. ‘연구를 위한 연구’를 지양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연구’, 즉 사업화가 가능한 연구나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연구에 집중함으로써 타사가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배타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사업경쟁력을 구축하는, 말하자면 ‘테크놀로지 리더십’을 갖춘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복안이었다.
이 시기에 대한유화는 국내 최초 혹은 세계 일류로 평가받을 수 있는 독보적인 신기술과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이를 위해 R&D의 기본전략을 ‘First follower’에서 ‘First Mover’로 전환했다. 남보다 앞선 신제품을 출시하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으로, 그만큼 기술에 자신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한유화는 2003년에 세계 최초로 PPR 온수·온돌용 Pipe Grade 제품을, 2007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펠렛형태의 멜트 블로운(Melt Blown)용 PP를 개발하는 등 국내 또는 세계 최초의 PP/HDPE 신제품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또 국내 최초로 Capacitor Film용 고순도 PP 제품을 개발하고 2009년에는 초고분자량폴리에틸렌(UHMWPE)을 개발해 상업화하는 등 그야말로 눈부신 성과를 이루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