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EG 사업 진출 배경

2000년대 이후 적극적으로 사업다각화 전략을 펼쳐온 대한유화는 2010년대 들어서도 기존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지속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대한유화가 지향하는 목표는 종합석유화학회사로 발돋움하는 것이었으므로, 새로 진출하려는 사업들은 기본적으로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높은 사업들이었다.
그 중 하나가 EO/EG 사업이다. EO는 에틸렌옥사이드(Ethylene Oxide)를 말하는 것으로, 에틸렌을 산화 반응시켜 생산한다. 또 EG는 무색의 액체인 에틸렌글리콜(Ethylene Glycol)을 말하는 것으로, EO를 물과 반응시켜 생산한다. EO는 EG 생산용으로 사용되는 외에도 계면활성제나 유기합성안료, 합성수지 등 여러 가지 유기화합물의 유도체 합성 반응의 기초원료로 사용되고, EG는 부동액이나 폴리에스테르 섬유 및 PET의 기초원료로 사용된다.
대한유화가 EO/EG 사업에 진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초였다. 당시 국내 EO/EG 시장은 호남석유화학(지금의 롯데케미칼), LG화학, 삼성토탈(지금의 한화토탈) 등 3사가 장악하고 있었다. 이들 기업의 EG 기준 총 생산능력은 연간 136만 톤으로, 약 121만 톤으로 추정되는 국내 EG 수요를 충족하는 규모였다. 하지만 다수의 석유화학업체들이 모여 있는 울산지역에서는 전혀 생산되지 않고 있어, 울산지역의 수요기업들은 EO/EG를 확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안고 있었다.
이에 대한유화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일환으로 EO/EG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다. EO/EG 공장을 신설하면 기존에 생산하던 에틸렌의 원료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즉, 기존에는 에틸렌으로 폴리에틸렌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에틸렌 자체를 판매하는 등 2가지의 옵션이 전부였지만, EO/EG 사업에 진출한다면 판매할 수 있는 옵션이 3가지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각 제품의 시장상황에 따라 다양한 옵션을 쓸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만큼 사업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성은 높일 수 있게 된다. 프로필렌과 비교해 봐도 장점이 뚜렷해진다. 프로필렌은 폴리프로필렌이라는 다운스트림이 유일한 반면, 에틸렌의 다운스트림은 폴리에틸렌과 EO/EG로 다변화된다. 아울러 에틸렌 다운스트림 제품이 신설됨에 따라 47만 톤을 유지하고 있는 기존 NCC의 생산능력을 증대해야 하는 당위성도 가지게 된다. 한마디로 EO/EG 신설은 매출 신장과 이익 다변화는 물론 향후의 사업 확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대한유화는 EO/EG 사업에 진출하기로 최종 확정하고, EO/EG 신설을 위한 프로젝트를 ‘EOG(Ethylene Oxide Glycol) Project’로 명명했다.

EO/EG Plant 준공 및 판매 확대

2012년 5월 23일 대한유화는 사내에서의 승인절차를 거쳐 EOG Project를 시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총 2,066억 원을 투입하여 연간 생산능력 EO 8만 톤, EG 기준 20만 5천 톤(연간 8,000시간, EG 100% 가동 기준)을 생산한다는 계획이었다. 처음에는 4만 톤의 HPEO를 생산하는 것으로 책정하여 투입예산을 2,046억 원으로 계상하였으나, 이를 8만 톤으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20억 원이 증가했다.
사업 추진계획을 확정한 대한유화는 2012년 7월 EO/EG 생산시설을 신설한다는 내용의 신규 투자계획을 정식으로 공시했다. 이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한금융투자(주)는 “EO/EG Plant 신설을 계기로 대한유화의 제품 포트폴리오가 화섬원료 진출로 강화되면서 종합석유화학회사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O/EG 사업의 경제성과 타당성을 인정한다는 의미였다.
울산지역 최초의 EO/EG Plant 건설계획을 공식화한 대한유화는, 2012년 8월 7일 미국 SD(Scientific Design)사와 라이선스 및 기본설계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Plant 건설 작업에 들어갔다. SD사와는 8월 27일 정식으로 킥오프 미팅을 갖고 세부적인 사항을 논의했다. 이어 10월 9일에는 일본 도요엔지니어링과 상세설계 및 설비구매 계약도 체결했다.
설계작업이 완료되자 대한유화는 이수건설(주)을 시공사로 선정하여 2013년 6월 20일 EO/EG Plant 건설공사에 착공했다. 그리고 착공 1년 5개월 만인 2014년 10월 31일 준공하여 12월 20일 시운전을 시작으로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총 사업비는 당초 예상보다 111억 원이 늘어난 2,177억 원이 투입되었다.
EO/EG Plant의 가동을 시작하면서 대한유화는 EO/EG 사업이 연간 2,520억 원 정도의 매출증대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했다. 당시 세계 EO/EG 시장은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EO유도체의 수급이 빠듯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한 연구기관에서는 2016~2020년 사이에 EO/EG 시장이 연평균 5.82%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았다.
대한유화는 EO/EG Plant 준공 이후 첫 사업연도인 2015년에 HPEO 5,155톤, EG 21만 1,017톤을 생산한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생산량을 늘려나갔다. 이에 따라 2018년에는 HPEO 3만 45톤, EG 23만 3,846톤으로 생산량이 늘었고 공장가동률은 124%까지 올라갔다.
손익 측면에서도 빠르게 안정화되었다. 생산 초기인 2015년과 2016년에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017년에는 수요처가 늘어난 데 힘입어 매출 2,043억 원에 91억 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또 2018년에는 매출 2,796억 원에 27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사업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었다. 이 해에 EO/EG 사업이 10.0%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는 점도 고무적인 성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