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사
울산공장 SPP Project 추진
울산공장 경쟁력제고 계획 수립
온산공장이 대규모 Revamping을 통해 연산 80만 톤 규모의 NCC로 거듭나는 동안 울산공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추진되었다.
사실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온산공장의 NCC뿐만 아니라 폴리머 제품을 생산하는 울산공장도 경쟁력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당시 세계 석유화학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저성장 국면이 지속된 영향으로 수요부진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더구나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저가의 신 · 증설 물량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출회됨에 따라 합성수지 범용제품은 물론 대한유화의 주력제품인 Pipe Grade의 수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이 때문에 수익성이 크게 악화됨에 따라 울산공장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울산공장은 단위공장의 생산량이 적고 운전비용이 높아 원가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었다. 이 점이 대한유화에게는 조속히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대두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원가를 상쇄할 수 있는 고부가제품의 기술을 개발하고 생산 · 판매를 확대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부가제품은 범용제품에 비해 시장규모가 작고 판매를 확대하기까지 많은 기간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대한유화는 울산공장의 경쟁력을 높이기로 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첫째, 공정개선 및 원가절감을 강력히 추진하여 생산원가를 낮춰가기로 했다.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헥산 정제과정에서 사용되는 스팀(Steam)의 높은 원단위, 헥산 손실, 폐수 배출 등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2012년 12월 7공장을 시작으로 PP/HDPE 전체 공장에 대한 HRP(Hexane Revamping Project)를 실시하여 헥산 정제공정을 개선했다. 그 결과 생산비용이 절감되고 온실가스도 저감되는 등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효과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와 함께 DCS(Distributed Control System) 제어방식도 도입하기로 했다. 1970~1980년대에 건설된 울산공장은 공정을 운전, 제어하는 방식이 아날로그 방식의 공기식 패널 타입(Pneumatic Panel Type)로 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장기간 사용으로 인한 계기들의 노후화가 진행되고 보수 유지를 위한 비용 및 부품 조달의 어려움이 커진 것은 물론 시스템의 신뢰성 저하 문제도 대두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유화는 전자식 타입의 DCS(Distributed Control System) 제어방식을 도입하기로 하고, 2013년 10월부터 2019년 4월까지 HDPE 공정을 시작으로 PP 및 원료, 유틸리티 공정에 대해 순차적으로 DCS 구축을 완료했다. 이를 통해 원가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게 울산공장의 목표였다. 실제로 DCS는 운전 분석 관리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공정의 안정성 및 사전 트러블(Trouble) 방지에 크게 도움이 되었으며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했다.
둘째, 고부가가치의 특화제품 중심으로 생산 · 판매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로 했다. 이미 글로벌 합성수지 시장은 중동발 저가 폴리머 제품의 대량 공급과 중국의 자급률 상승으로 인해 시황이 부진한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니 대한유화의 주력제품인 Pipe Grade의 경쟁이 치열해져 수출품목의 수익성이 악화되었다. 따라서 울산공장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는 Pipe 중심의 기존 특화제품군을 대체할 새로운 특화제품군의 개발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대한유화는 2012년 12월 특화제품군을 재정립하고, 해당 제품의 기술개발 및 생산 · 판매를 증대하고자 특화TFT 조직을 신설하여 2013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특화TFT는 기술연구소장을 팀장으로 하여 생산-영업(내수 · 수출)-기술연구 부문이 모두 참여하는 전사적인 조직으로, 매년 특화제품의 판매목표 및 부문별 업무목표를 수립하고 매월 그 진행상황을 점검하여 개선사항을 도출하는 등 특화제품의 판매 확대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를 기반으로 2016년 11월에는 울산공장의 PP/PE 부대설비를 증설하는 SPP Project(Speciality Polypropylene Project)를 추진했다. SPP Project는 중국 · 중동 · 미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범용 합성수지 제품의 비중을 축소하고, 경쟁력이 있는 특화제품의 생산 · 판매에 더욱 집중하여 울산공장의 특화제품 생산능력을 증대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에 따라 제4 · 7공장의 공정을 개선하고 일부 설비를 신 · 증설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울산공장 114만 톤 규모로 확장
SPP Project를 추진하기로 한 대한유화는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2016년 12월 SPP TFT 조직을 구성했다. 그리고 제4공장은 2016년 11월 18일부터 2018년 5월 30일까지, 제7공장은 2017년 4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전체적으로 약 1년 6개월 동안 공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대한유화는 범용 PP/PE 제품 기준으로 연산 100만 톤 규모인 울산공장의 생산능력을 최대 114만 톤 수준으로 늘려 특화제품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LiBS용 PP/PE 시장을 선점하는 등 지속적인 이익창출의 기반을 확고히 하겠다는 게 대한유화의 복안이었다. 범용제품의 비중을 축소하고 특화제품의 생산 · 판매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므로 SPP Project가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뿐만 아니라 계획대로 공정개선 및 설비 신 · 증설이 이루어지면 잉여의 에틸렌 · 프로필렌 원료를 활용하여 시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PP/PE 생산을 늘릴 수도 있게 될 것이므로,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구축하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되면 경영수지 측면에서는 연간 2,000억 원 정도의 매출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대한유화의 판단이었다.
SPP Project는 계획대로 추진되었다. 제4공장에 반응기(Reactor) 1기와 냉각탑, 펠렛타이저(Pelletizer), 저장설비 등이 추가로 신설되었으며, 냉동기 등 일부 설비들의 용량도 확대되었다. 제7공장도 건조기(3rd Dryer)를 추가로 설치하고, 펠렛타이저와 파우더(Powder) 수송설비도 증설하여 특화제품 및 HDPE 제품의 생산능력도 추가적으로 확보했다.
제4공장은 2018년 5월, 제7공장은 그해 9월 준공하여 시운전을 시작했다. 전체 프로젝트 기간은 TFT가 출범한 이후 약 22개월이 소요되었으나 이 기간 중에 안전사고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SPP Project에는 총 744억 원이 투입되었다. 당초 예상했던 904억 원에 비해 160억 원의 투자비를 절감한 셈이 되었다.
한편, SPP Project 완료 이후 대한유화는 전체 공장 가운데 가장 노후화된 제1공장의 수익성을 면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인당 생산성이 낮고 고정비가 높아 영업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적자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설비가 노후하여 지속적으로 공장을 운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에 2019년 4월 대한유화는 연차대정비 이후 제1공장의 운휴에 들어간 데 이어, 2020년 5월 설비 스크랩(Scrap)을 실시했다. 그 결과 1972년 국내 최초로 PP 생산을 시작한 이래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PP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왔던 제1공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대한유화가 제1공장의 스크랩을 결정한 것은 SPP Project의 성공적 완료 및 제4, 5공장 일부 설비의 Revamping 결과만으로도 제1공장 스크랩에 따른 PP 생산량의 부족분을 대체 생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울산공장의 PP 공칭 생산능력은 제1공장의 스크랩에도 불구하고 47만 톤에서 53만 톤으로 오히려 증가했다.